22/08/12
돌로미테 트렉킹  8일차
*트러치메 디 라바레도 트렉킹
아우론조산장 (2320m)ㅡ로카텔리 산장(2450m)ㅡ라바레도 산장(2390m)ㅡ아우론조 산장 (2320m)

오늘은 마지막산행으로 호텔에서 식사후 버스로 미주리나호수를 거쳐 트레치매  디 라바레도로 이동했다.

트리치메는 세개의 봉우리란 뜻으로 '가장 큰 봉우리'인 치마 그란데, '작은 봉우리'  치마 피콜라, '서쪽 봉우리' 치마 오베스트로 이루어진 돌로미테의 심장이라고한다.

 오늘은 이 산을 중심으로 한바퀴 둘레길처럼 도는 트렉킹이다.

부담없고 즐거운 마음으로 슬슬 올라가  주황색의 이쁜 지붕을 가진 로카텔리산장으로 올라갔더니 뒷쪽 산아래로 멋진 호수가 두개나 내려 앉아 있었다.

호수가 어찌나 잔잔하고 맑은지 호수주위에 서있는 두사람의 그림자마저 호수에 비추어 보일정도로 명경지수로구나.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산장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안하고,  박대리와 어제 담페초에서 산 가스버너에 물을 끓여, 한국에서 가져간 인스탄트비빔밥,신라면, 라면愛 밥 등을 먹었는데 너무 만족스럽고 맛있었다.

나는 체면 불구하고 비빔밥 한봉다리와 육계장라면까지 폭풍흡입, 이번 산행도 다이어트에는 실패한 것같다.
힘든만큼 먹고 자고를 잘 했으니말이다.

식사를 마친후,
약간의 비가 내리니 산행도 한결 수월한 것같다.

내려오는 길에 창원에 오신 LG전자대리점을 운영하시는 김*주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체의학에 대한 그의 관심을 저녁식사에 이야기적이 있어 우리는 자연히 대체의학과 통합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타인에 대하여 충고하지않기 그리고 충고받지않기에서 시작한 빗속의 이야기는 Body &Mind therapy와 몇몇 일상의 대화로 이어졌다.

이분은 아주 예의가 바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하는 좋은 사람인것 같다.
 어디에선가 만난듯한 익숙함이 느껴지는 것이 그가 가지고 있는 평안한 기운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자식이나 이웃에 대해 존중하는 것,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실은 나의 기준으로 조종할려고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한다.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빗속에 내려온 돌로미테 마지막산행이 꽤 오래도록 기억날 것같다.

역시나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자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다.
꼴지에게 찬사를...
너무 감사하고 고마운 산친구들이었다.

자신이 비록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한발작 더 내디텨, 다른사람을 편하게 해줄 수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감동을 준다

이들은 하나같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이번에 이들에게 받은 사랑은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갈 것이다.
참으로 은혜롭고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일찍 담페쵸에 돌아오니 비가 축축히 내리고 5시에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해야한다.

오전에 미리 해본 검사에서 음성이니 큰문제가 아니리라.

검사를 마치고, 오는 길에 성당이보여  들어가보니, 고해실에 신부님이 앉아계셨다. 고해성사를 해도 되냐고 물으니, 이태리말 스페인말은 되는데 다른 언어는 안된다고 물론 영어도 안된다고하신다.
아쉽지만 감사 인사하니 몸으로 축복해 주신다.

예전에 순례자의 길인, 산티아고 데 콤파스텔라성당에 32일만에 도착하여, 순례자를 위해 앉아 계시던 신부님중 아무나 찾아앉아 한국어로 고해를 했는데, 그신부님은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그는 울고있는 내머리에 손을 얹어주시고,내가 알아들을 수있었던 유일한 말인 "께디오스 데 벤디가!"(네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라고 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봐도 나도 알수없이 그냥 온몸과 마음으로 한 용서와 감사에 대한 고해를 하였던 기억이난다.

신부님, 감사드려요.

당신에게도  "께 디오스 벤디가"를 보냅니다.

6시에 미사를 보고 성체를 모셨다.
영성체후 앉아있는데 순간 감사함에 마음이 울컥하여 눈물 한방울.

촛불을 켜며,
여기까지 오기까지 언제나 함께 하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두명의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항암을 잘 이겨내고  스스로 '살림'을 잘 살아가도록 힘을 주시길...기도드렸다.

성모님이 제대앞에서 간절히 기도드리는 모습을 한 성상도 인상깊었고,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어린아이를 축복하는 모습을 한 성상도 인상깊었다.
이탈리아성당에 중국인이라,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봐야겠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문을 열고 나가는데 앞산과 건물사이에 짙고 뚜렷한 무지개가 떴다.

노아의 홍수뒤 하느님의 약속의 표징인, 무지개는 늘 가슴을 희망으로 뛰게힌다.
다시금 감사의 마음에 울컥해 눈물 한방울.

무지개는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호텔로 돌아오니 박대리가 카톡으로 '선생님 확진이십니다'
어디 계시냐는 문자가 날라왔다.
엥~, 오전에 최원장이 해준 신속항원 키트로는 확실한 한줄,음성이었고, 증상도 없는데 ...

오만가지 생각에 쌩열이 올라와 머리까지 아파오는 느낌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일단 박대리와 연락하고 상황을 알아보니 서류상은 네가티브로 했으니 귀국에는 문제가 없을 것같다.

 정말 아사리 판이구나.
도저히 믿을수가 없다.

다음주에 예약된 유밤암환자들의 수술과 맘모톰수술들,
일년을 기다린 예약된 외래환자들, 유*란이 대학병원 대장내시경 시술 등등.

모든 상상은 나를 혼돈과 고통으로 몰아간다.
일단 박대리에게 물을 끓여 달라고해서 라면과 깻잎, 그리고 매콤한 김치로 몸을 달래니, 잠시 무너진 마음이 가라앉는다.

오늘아침 매일 미사의 말씀대로,

 "받아들여라".

'카오스' 강연중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석영교수의 ''저건 다 뭐지?" 별과 은하의 기원을  정신 마비용으로 틀어놓고 상상을 지워보기로 하자.

효과 100프로, 이석영교수의 몇마디를 들었나, 이미 꿈나라로 가버렸나, 새벽다섯시에 일어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유튜브의 강사만 물리학자 김상욱교수로 바뀌어 열심히 물질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떠니?
괜찮아, 다시 신속항원해보고 결정하자.
그 다음일은 그 다음으로.
에고라는 원숭이가 많이 온순하고 차분해져 있다.
집에 가게 짐싸자.
그것이 지금 이순간 내가 할 일이다.
이것만 리얼리티이니까.

한시간 짐을 싸고 최원장에게 다시한번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역시 음성이다.

어느나라 키트를 믿어야하나?

*ps) 한국 도착하여 실시한 PCR검사에서 나는 음성으로 판정받아 역시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더 선진국임을 입증하였다.
혹은 이탈리아 애들이 장난친 것일수도 있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 그날 새벽 결과가 나오는 6;00AM까지 집에도 못들어가고 꼬박 날을 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