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8 목요일. 재봉틀의 부활

햇살이 창가에 내려앉고 뒷산은 안개 그윽한 산골, 낭낭한 사람들의 성무일도가 아침을 깨운다.
오늘은 온종일 알베르토 부리의 삼베 작업을 하는 날이다.
여기저기서 삼베를 가지고 운동장가에서 풀물을 들이는이 돌로 이깨는 이, 다양하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흥미로워 카메라에 그들의 모습을 담아본다.
아~ 나는? 게으른 나는 옥수수를 먹으며 끊임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명상 캠프라면 이 상상이라는 헛것들을 없애고 무심의 마음으로 앉아 있었겠지.
무심하기 어려운 욕심(사전적 의미로, 하고자하는 마음)을 어떻게 승화시켜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해야할지,
무엇을 생각하고 이 질료를 느껴야하는지 알수없는 답답함에 점심 먹고는 그냥 방으로 들어와 한숨자는 것으로 나의 게으름을 찬양해보았지만 여전히 떨어지지 않아 딱 붙어있는 질료와 물질에 대한 관념의 감옥.
결국 한시간을 자다 깨다하다 털고 일어나 다시 작업에 합류하다.
그런데...
지나가는 길에 붉은 염색된 마대쪼가리를 만났다
다른 애들이 잘라가고 버려진 마대쪼가리 두뺨. 다시 자리에 앉아 요리 조리 구상해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내부의 힘과 외부의 조력이 순간에 이루어지고 거기에 황재형 선생님께서 바탕을 죽여주는 색을 더하니 작업이 너무 자연스럽게 되어갔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태백선생님들이 길가에 버려져 있던 낡고 녹슨 재봉틀이 들려와 마대옷을 정성스럽게 수의처럼 입히고 있었다.
그리고 마대속에 숨이 막힐 것같았던 재봉틀에 두군데 숨통을 틔여 주는 것으로 작업은 끝이났다.

그리고 테이블 한가운데 덩그러니 않아 스스로의 부활을 감사하고 있었다.

어는 철광에서 태어나 광부의 손에 나와고 어느 공장에서 이쁘게 장식된 미싱으로 태어나 한 육십년은 이름모를 미싱사의 손에서 수많은 옷을 만들거나 짜집기하여 상처를 메꾸었다가 결국에는 용도폐기되어 이 산골마을 숲속에서 누구의 눈길하나 받지 못하고, 영원히 어는 땅속에서 녹슬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운명인 이 재봉틀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질료와 물질성을 시간성이라는 것에 보태어 다시 생각해보다.

저마다 삶의 기억의 파편이 다르듯 재봉틀을 보고 느끼는 것도 참으로 다양했다.

예술은 끊임없는 리어리티와 오브제의 대화가 아닐까,

그러면
우주가 보는, 이 거대한 에너지의 옷을 입은
인간이라는 오브제는 어떻게 재탄생될것인가?

부리의 작업을 마치고 나니 제법 마음에 드는 작품이 태어났다.
아, 이것은 또무엇이다냐?
장식성을 배제하고 질료의 순수성을 생각하라는 황선생님의 가르침을 다 이해하기는 힘드나 외부와 내부의 힘들이 합력이 되더니 한녀석이 나의 세계에 들어왔다.

대상과 나
나와 또하나의 나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밤이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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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고 숙소에 올라와 누워도 여전히 재봉틀의 아픔이 느껴진다.
아~ 예술은 동일시를 자아내는구나.

그만 뚝!

ㅡ반야에서
마리아 막달레나, 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