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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현대병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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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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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병원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외과 최명숙 원장 "동산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관리자
조회수 : 2992018.03.14 16:37

옛추억의 산길 최명숙 요사이 자주 다녔던 장원봉 코스를 벗어나 오늘은 십여 년 만에 중심 사 쪽으로 산행 방향을 정했다 지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참 총명 하고 참한 아이 아영이에게 무등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서이다

푸른 하늘에 기분 좋은 차가움 내 젊은 날의 추억이 깃든 너덜겅 길이 옛 모습 그대로 나를 반겼다 오랜만에 오른 중머리재는 단정하게 이발을 했고 저만치 서석대는 눈부신 상고대로 새하얗게 빛을 내며 갈맷빛 무등 을너른 품으로 안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나도 그 품을 파고들었다 예전부터 내가 중머리재를 가장 편하게 올라갈 수 있어서 스스로 이름 지어준 할머니길이 있다 중심사에서 곧장 올라가는 당산나무길 말고 바 로 좌측으로 해서 봉황대까지 가는 완만한 길인데 그 길 역시 변함없었 고 옛날엔 무당골이던 봉황대는 랜드마크인 큰 바위의 둥허리를 기꺼이 내어주며 이제나저제나 오래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오 냐며 지청구도 놓 는다 천제단 소나무 숲은 옛 추억들로 가득했다 이 길은 내가 대학을 입 학한 1978년 봄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배낭을 메고 천제단을 갔던 길이 기도 하다

그때 아버지께서는 무등산을 광주 북구 쪽에서 보면 천지인 봉인 상봉 01투구처럼 보인다 하여 투구봉이라 하고, 화순 쪽에서 보면 모양이 가 재를 닮았다 하여 가재봉이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가파른 길을 올라갈 때는 직선으로 올라가면 힘드니까 지그재그로 가야 한다는 말씀 도덧붙여 주어 나는 지금까지도 가풀막을 오를 때는 꼭 지그재그로 오 른다 그럴 때마다 늘 아버지와 함께 산행하는 느낌이다
그 당시 천제단에서는 매년 민학회에서 기우제를 드리고 있었다 그 후 로도 몇 해 동안 아버지를 따라 기우제를 갈 때면 아버지는 늘 의과대학 에 다니던 딸년을 어찌나 아끼셨던지 회원들의 이쁨을 한몸에 받았던 기 억이 이 순간에도 따뜻하다 천제단 숲에서 옹기종기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을 보니 지금이나 옛적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고 천제단 돌무덤 만더가지런히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유학을 공부한 의제 허백련 선생께서는 연우회 회원들과 기우제를 만들 었고, 신심 깊은 기독교 신자인 사모님께서는 하루아침의 우상이라고 제 단을 부수고, 그럴 때마다 다시 만들기를 여러 번 했다고 아버지가 하시 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제 그들은 다 가셨지만 돌무덤 천제단은 그대로 건재하다 그때 천제단 주위의 땅이 아버지 소유였고 지금은 큰 오빠 소유로 되어 있어 천제단은 우리 집안에 큰 의미가 있기도 하다

언젠가는 나라에 돌 아가야 할 땅이 될 것이고 나도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문득문득 고요함 속에 청정한 공기,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해님의 검 은 눈동자 안에 비친 나뭇가지 그림자는 홀연 찬란하게 신비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착시현상으로 태양 안에 에니어그램이 순간 나타난 줄 알고 깜 짝 놀랐으나, 자세히 보니 마른 가지들의 그림자가 오묘하게 새겨진 것이었다

한동안 정말 한동안 그 찬란한 에너지 안에 취해 이 순간이 영원했 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복의 상태, 하느님의 현존이 그대로 내게 임하는 이 순간을 놓칠 수 없다 .아, 감사합니다.

새들마저 사라지고 바람도 지 버린 정적은 고요함을 넘어선 거룩함으로 하느님을 경외하고 절로 감 사드리게 한다 봉황대를 지나 백운암 터의 샘터는 예전에는 지나던 산사람에게 맑은 물을 주던 샘이었는데 이제는 음용 부적합이라는 팻말이 감로수 한 잔쯤 원하는 나그네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땀을 식히며 머리까지 감던 엣 추 억은 다 어디로 갔을까 6,500만 년 전 너덜겅만이 진한 바위양이로 나를 맞이했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저 멀리 여전한 산주름 굽어보는 나를 에워싸듯 품어주었다 드디어 중머리재에 올라 서석대를 바라보니 더없이 깨끗하고, 겨울 산 갈맷빛 무등은 참으로 포근하고 고요하다 문득 미당 서정주 선생의 “가 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로 시작한 무등을 보며」가 떠오른다 오후 세시, 겨울 해는 짧아 서석대 정상은 포기하고 이쯤에서 하산을 하기로 했다

중머리에서 백운암 터를 지나 토끼등으로 내려오는 편하고 예쁜 길에는 너덜겅이 군데군데 펼쳐있어 더욱 좋았다. 파란 하늘과 너덜겅 위의 나목 산새 소리며 숨소리마저 없는 듯한 고요함 속에 있다는 것이 표현할 수없는 질량감으로 나를 감싼다 절로 감 랍니다를 노래하게 한다 님, 나의 하느님, 찬미와 감사와 경배를 드립니다 바람재에서 증심사 쪽으로 내려가려다가 십여 년 전 내 몸이 기억해서 인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엇갈려 지나가는 아저씨를 불러 여 쭈어보니 거기는 바람재가 아닌 토끼등이었다 하마터면 착각 때문에 산 속에서 헤맬 뻔했다 한참을 지리한 너른 신작로를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니 바람재 팻말이 보이고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흐흐, 여기가 맞군 혼잣말에 안심하며 정확한 몸의 기억과 반응에 놀 라워했다 가파른 내리막을 쉼 없이 내려오니 제1수원지가 보이고 수면 위 에는 구름이 찍혀져 아름답다 옛 추억의 산길은 기억 저편 깊은 곳에 숨 어 있는 것들까지 끌어 올려 나에게 그리움을 선물로 주고, 여전히 무등 은 나를 품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 이 순간도 그리고 내일도 답고 따뜻한 빛고을 사람인 것이다 마라아 막달레나의 참 멋진 산행 을 사랑스런 아영이에게 빨리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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