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1

(2023.9.11.월요일 )

9월 한달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가 육개월정도의 나의 화두였다

키르키즈스탄은 빨리 정했지만 다음 삼주는?

머리속에서 이곳 저곳 모든 곳이 떠올랐지만 제1번은 순천영성센터. 

그런데 전화했더니 스케줄이 꽉 차 있어 불가능하단다.

빠른 포기후 아는 수녀님들과 왕**신부님에게 추천받은 곳 전화했던 갑자기 예약이라 모든 피정집이 바글 바글.

왕**신부님덕에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 집에 어제 도착했다.

일주일간 신부님들 단체피정이어서 방이 없는데도불구하고 성당 아래채에 방하나를 어렵게 구했다.

일반 신자는 없고 신부님들만 계셔서  실은 어렵고 마음에 부담이 있었지만, 되도록이면 신부님들과 안 부딪치고 내 개인 침묵피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와보니 피아골 당치마을 입구에서 연곡사 사이에 있는 피정집이었다.

피아골 피정의 집에 들어서자 보이는 예수님동상아래 "두려워마라"

마음이 뜨큼거리고 심장도 두근두근 뛴다.

나는 먼가에 심장을 얻어 맞은거 같았다.

이유가 뚜렷이 알수없는 침묵의 말씀이었다.

피정집앞으로 차를 모니,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

으악, 여기는 머다냐?

친절한 레베카사무장님의 소개로  성당과 내가 일주일간 있을 성당아래 정갈한 방에 들어왔다.

 하루하루의 계획표를 정리하여 벽에 붙이고 책상에 앉았다.

범생이기질은 어쩔수없구나 하면서도 기본시간계획은 있어야쥐하는 내모습은 멈춤이 없다.

일주일간 정리할 이냐시오침묵피정의 마지막 6일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당치마을, 통꼭봉이 궁금했다.

24년도 더 된 어느 가을 날, 지리산단풍을 가장  쉽게 올라가 볼수있는 곳이라하여 가본 곳이 당치민박 그리고 그윗마을 농평마을까지가서 거기에 차를 세우고 통꼭봉을 올라가면 노고단 부터 천왕봉까지 이어진 능선의 북쪽면에 어머니품같은 옴팍한 지리산이 있고 그한가운데 칠불사가  보인다.

그당시 가을이 되면  늘 당치민박과 통꼭봉에서 지리산의 가을 보았다.

물론 산속에 들어가면 이쁜 단풍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활활 타오르는 붉은 단풍빛이 아니고, 갈빛 지리산이어서 단풍이 저런 거야?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도착해서 이곳저곳을 설명받은후 바로 통꼭봉에 가보았다.

당치민박도 여전했고, 20년전 내가 사둔 대지(몇평인지도 모른다. 쓰러져가는 빈집과 마구간이 있었던 기억밖에)는 대나무 숲이 되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됐지만

그래, 저기정도 일거야.

24년전에는 늙으면 여기 황토방지어야지하고 산 땅인데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아무일도 하지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땅이 딱 그쪼인것이다.

농평마을 끝까지 올라가 주차하고 산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야하는데 사람이 없다.

할아버지한분이 차소리에 빼꼼하시길래,  산으로 가는 입구를 물어보니 고리 고리 쭉 가면된다고해서 가보니 집하나가 떡하니 있다

그대로  직진 해 가면 그집마당이다.

할수없이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가다보니 내가 알고있는 소나무숲과 멀어져서 다시 돌아가서 다른할배와 할매에게 여쭈어보니 집이 나오면 입구에서 좌측으로 바로 올라가야한다고 했다.

다시 올라가 좌로 가는데 길이 황터진게 아니라 사람이 잘 안다니는 길멩키로  되어있어 참 이길이 맞나 미덥지 않으나 다시 돌아갈수없어 참고 수풀을 걷으며 올라갔더니 20년전 그 소나무 숲길이 나타났다.

반가운 김에 단숨에 올라갔더니 산허리에 입산금지라고 되어 있었다.

곰새끼가 출몰지역이라고.

갑자기 혼자 있는데 곰소리날까 무섬증도 들었지만, 산등허리 바우까지는 가야  지리산품안에 안긴 칠불사가 보일것같아 무섬증 아웃!  전진해서 익숙한 바우에 닿았는데 아직 여름이어서 풀과 나무들땜시 꼽발을 들어도 지리산 품이 안보인다.

가을에 왔을때는 낙옆진 이곳에서도 지리산 너른 품안에 똥싸논것같은 칠불사가 보였다.

곰도 나타난다고하고 입산금지라고 프랑카드붙었고, 슬그머니 통꼭봉쪽 옛길을 보니 흔적이 없다.

단숨에 포기하고 내려와서 내일오후에 두시간정도 산행정보도 알겸 연곡사에서 끝까지가보니 끝동네인 직전마을이보이고 피아골 산장을 거쳐 노고단 가는 입구를 확인하고 돌아와

방안에 멍때리고 앉아 있다.

일주일 스스로 보낼 계획을 짜고 있는 나를 본다.

계획없이 보내면 안되냐?

왜 짜야하지?

내속에 내가 대답한다.

하던대로 해~~

원칙은 세우고, 변칙은 니맘대로해.

이 일주일은 온전히 너의 것

아무것도 안해도 돼

그냥 살아도 누가 머라고 할것이여

오직 하느님과 너만이 알거여

이 맘이 들어오는데, 순간 범생이가 깜짝놀란다.

에고 하느님이 계셨네. ㅎ.

하느님도 봐주실거죠?

저녁식사후 주위를 둘러보다 피정집 바로아래 작은 가게 발견. 벅사골 올라가는 길을 물으러 갔는데  "사람이 안다녀 길이 험하다"는 소리에 바로 포기하고, 주인할머니하고 당치이야기,꿀이야기하다 아랫동네 목사님꿀이 좋다고 맛보라고해서 엄청 비싼 꿀을 내일 가져다주라고하고 방으로 들어와 멍때리다

홀로 살 계획표를 다시 짰다.

6:00 기상, 매일미사

7:00  성당 성무일도및 미사

8시반 아침식사

오전 성경읽기ㅡ 지혜서  continue

십자가의 길

12시반 점심식사

산행묵상

6시반 저녁식사

이냐시오 마지막 5일 정리

시간되면 詩정리

저녁 한시간 관상기도

대충 요렇게 정리하고 2021년 11월5일  이냐시오 침묵피정 정리시작했는데, 이날따라 신부님이 주신 프리트물이 석장이나되서 12시반이지나 끝났다.

먼 조화인지 예수님께서 성목요일 저녁 붙잡히시고 성금일 세시에 돌아가실 때까지와 성금요일 빌라도에게 십자가형을 선고 받고,십자가를 지시고,넘어지시고, 키레네사람 요셉의 도움을 받으시고 어머니를 만나시고 또 넘어지시고 베로니카성녀가 얼굴을 닦아주시고, 또 세번째넘어지시고 이스라엘 여인들을 위로하시고, 옷벗김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혀돌아가시고, 성시가 내려지고 요셉의 무덤에 뭍히시기까지의 상세한 내용들을 느끼다보니 울컥거리고 마음이 넘 슬펐다.

예수님의 수난의 의미는 결국 사랑이었다.

사랑이 없이 어떻게 제 목숨을 내놓을수 있을것인가?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를 드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일은 내일로

오늘로 내영혼은 만족하다

내일은 내일 아침 결정하자.

자라, 내 육신이여.

하느님, 진실로 감사합니다.

http://rblr.co/olfkh 

ㅡ마리아 막달레나,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