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을 보고

귀국하자마자 공통된 화제가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꼭 보라는 것이었다
요새 추세가 복고라고하면서 ...
미루어진 일하느라 바빴지만 어제는 작심하고
메가박스에 갔다.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전좌석이 거의 풀인데도 시작 오분 전에 겨우 도착하여 마지막 남은 자리를 차지한 거는 언제나 오는 나만의 행운이다.

국제시장,
부산의 대표적인 시장이라는 것과 6.25이후 세대들 겪어 온 삶의 조명. 그리고 슬프다.

이 세가지가 사람들의 공통된 후기였다.
실제로 슬펐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넘 훌쩍거리고 연신 눈물을 닦아 내느라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계산을 해보니 나하고 딱 15년차이나는 우리 오빠 언니 그리고 부모님이 살아 온이야기였다.
100년도 아니고 불과 15년 차이의 이야기였다.

공지영의 소설 깊고 푸른 사다리에 나오는 대사건.
1950년 12월 23일 대한민국 흥남부두. 마치 단테의 인페르노같았다던, 아비귀환의 상황

미국화물선 빅토리아호에서 피난민에게 내려준 생명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던 중, 동생을 잃은 덕수가 평생을 가족을 위해, 오직 가족을 위해 자기자신을 헌신해 가는 과정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랬다 그시절은 장남 장녀가 일찍 돌아가신 부모 역활을 해야 했고 자기자신의 모든 것을 억누르고 희생했던 시절이었다

동생 등록금을 위해 파독 광부가 되어 어둡고 차가운 광산에서 석탄을 캐내고, 파독 간호사들은 시체를 닦아가며 그 시절을 오직 식 구들 먹여 살려야했던 가난함을 온몸으로 견뎌야했다.

실제로 나의 친이모의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도 그 광부 노릇을 하고 돌아 왔다. 그후 평생을 노력했지만 늘 제자리 걸음였던 이종오빠가 느꼈을 아픔을 이제는 알것같다.

또한 우리 새어머니는 파독간호사셨다.
이분 역시 동생들 많은,가난한 집안의 장녀였고 그야말로 식구시키기위해 파독된 간호사셨다.

상처하신 아버님과 소개받아 연애하시고 우리 집안 식구가 되신 분이셨다.

그리고 이제는 29세 올 삼월에 결혼 할, 내 이쁜 동생 최슬기를 낳으신 분이다.

나는 이미 레지던트가 되어 있는 나이에 아버지의 재혼이고 같은 의료계통의 간호사를 하신 분이어인지 나에 대해 넘 믿어 주고 레지던트의 힘듬과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늘 격려와 사랑을 주셔서, 새어머니의 과거 고생하신 이야기, 그리고 식구들을 위해 희생하셔 결혼이 늦어지신 이야기를 아버님을 통해 들었을뿐, 정작 어머니에게는 늘 칭찬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서로 좋아하고 존경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그녀에게 독일에서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소상히 들은 적은 없었던것 같다. 다만 아버지께서 늘 역지사지해라, 이어머니는 자신을 희생하고 가족을 돌보신 훌륭한 사람이다고 강조하셨다.

나는 무엇보다도 상냥하고 이쁜 얼굴에 나를 늘 좋아해주신 그 눈빛에 반해서 대화를 많이 한 기억이 난다.
그분이 아프셔서 대학병원에 입원하시고, 갑자기 가신 날은 아직도 나의 아픈 추억으로 내뇌리에 남아있다.
중환자실로 옮겨 가던 중, 11층 복도에서 HEART ATTAK이 와서, 마우스 두 마우스를 했던 그 다급함과 걱정, 비참함이 이 순간에도 내 입술에, 가슴에 남아 눈물로 흘러내린다.
그녀가 그렇게 갑자기 가버리고,
내가 챙긴 것은 그녀의 수년간에 쓴 일기와 여행기 그리고 내동생 슬기에게 쓴 육아 일기였다
처음으로 읽어 본 타인의 일기
그 어머니의 사랑과 따뜻함이 베어져 있었다.
지금도 기억 나는 구절
` 사랑하는 내 딸,슬기야.
언니처럼 사랑을 사랑하고 사명감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다오` 였다
어머니의 유품을 십오년간 간직하다 내동생에게 전해 준날, 동생하고 나는 많이 울었던 기억만 아스라하다.

다섯살 난 내동생 슬기는 늙으신 아버지 곁을 떠나 정많고 아름다운 둘째오빠내 식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나 이쁘고 애교 많은 신부수업을 하고 있다.

살아오면서 이아이도 나름 얼마나 힘들었겠나, 아주 가끔씩 새벽에 전화해서 내 눈물을 빼던 내 동생이 이젠 다 커서 제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 한가
평생을 의지할수 있는 오빠내외에게 너무나 이쁜 딸이 되어 있으니 슬기 엄마도 기쁘게 생각할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덕수는 여동생의 결혼 밑천을 위해 베트남에 기술자로 파견되어 갔다 다리를 잃은 상이 군인이 되어 오고 고모의 평생가게인 하꼬방(하꼬는 일본말로서 상자이다, 상자처럼 작은가게라는 의미) `꽃분이네 집`을 지켜낸다.

재계발때문에 가게를 내놓으라고 상의하러 온 구청직원이나 이제 가게 그만 두시고 편하거 사시라는 아들 딸들에게 벌컥 벌컥 화를 내는 옹고집장이 할아범이 그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돈때문이 아니다.
언젠가 돌아오실지 모를 아버지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때문이다.

1980년대 나는 대학생이었다.
어느 날 TV를 켜니 멀쩡하던 TV가 울고, 대한민국이 울고 있었다.
한강의 수위도 더불어 많이 올라갔다

여의도 KBS에는 피켓을 든 수많은 이산가족과 만나는 사람들의 감동의 물결
그리고 못만난 사람들의 한숨이 엮어낸 초유의 넌픽션 드라마로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온종일 TV에 묶어둔 시절,
덕수도 흥남 부두에서 잃어 버린 동생 막례를 찾고 가족들은 해후하지만 아버지는 액자안에서 말없이 위로하실뿐이다

`아부지
참 힘들었십니다`

엉뚱하고 막캥이 할아부지 덕수의 위대한 자기희생덕에 아들 딸들이 잘 묵고 잘 살게 된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땅에 스러져가는 세대들의 피와 땀의 결과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우리세대는 고맙게 생각하고 그 위대한 정신을 이어나가야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대한민국 사람인것이다

아버지들, 그리고 어무이들,

그대들은 위대한 조국의 혼이십니다
고히 잠드소서.

마지막으로 1950년 12월 23일 포화가 쏟아지는 흥남부두에서 14000명의 한국인에게 생명의 사다리를 내려주신 레오나드 라루선장님, 후에 베네딕도회 수사가 되셔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신 마리너스 라루수사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평화를 주소서
아 멘.

2015년 1월 3일 요요마 기도하다